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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의 수다 후에...
엄마의 표현에 의하면 '시집 잘 가기로 한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엄마 친구 분이 결혼해서 미국에 살고 계신데, 두 분은 주말 아침에 종종 통화를 하신다. (남편 돈벌이가 좋아 돈 걱정 없어, 남편이 여왕처럼 떠받들어, 시댁 식구 모두 잘해줘, 나랑 동갑인 딸은 어릴 때부터 공부를 그렇게 잘해서 하버드대 의대를 갔는데 거기서도 링컨 장학금인지 케네디 장학금인지를 받고 다닌단다. 그 아일 어릴 때 딱 한 번 봤는데, 키도 엄청 크고 피부도 하얗고  그 상태 그대로 컸다면 아마 지금쯤 '신민아' 삘 날 것이다. 된장.)

토요일인 오늘도 오전 9시쯤 엄마의 수다가 시작되고 있었다. 반쯤 잠에서 깨어 침대에 누워있는 나에게, 엄마의 전화 통화 내용이 어렴풋이 들려오고 있었다. 바로 그 때, 내 잠을 확 달아나게하는 엄마의 한 마디가 있었으니.
"니네 딸은 애인 있니?"

그랬다. 1-2년 전 만해도, 엄마들의 수다의 메인 토픽은 '취직'이었다. "니네 딸은 어떻게... 직장은 구했고?" 이렇게 시작했었더랬다.
친구 모임에 갔다 온 엄마가 나를 붙들고 하는 얘기도 늘 그랬다. 졸업하고 여전히 놀고 있다느니, 사시 1차만 몇 번을 떨어졌는데 다른 일은 할 생각을 안한다느니, 휴학하고 몇 년째 알바만 하고 있다느니... 다행히 엄청 잘 된 케이스는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전국 9등으로 사시 붙은 나보다 한 살 어린 여자 아이와, 대학에서 석사, 박사 과정에 해외 유학까지 보내 준 나와 같은 전공인 언니 한 명 빼고는..

그런데 얼마 전부터, 친구 모임에 다녀 온 엄마의 얘기 주제가 바뀌었다!
하긴, 요새는 워낙 엄마 친구 자식들 결혼식이 많아 엄마 친구 딸들의 신데렐라 스토리를 듣는 빈도수가 는 것도 사실이다. 몇 주 전에는 성대 법대를 나와 회계사가 된 (키도 엄청 크고 잘 생긴) 엄마 친구 아들 결혼식을 갔는데, 신부가 승무원이라 그렇게 키도 크고 이쁘더란다. 신부 친구들도 하나같이 다 늘씬하고 이쁘고 신랑 친구들도 엄청 많이 왔는데, 하나같이 키 크고 그렇게 멋있더란다. 거기에 더해서, 학교 다닐 때부터 키도 작고 못 생겼던 엄마 친구가 있는데, 그 딸도 엄마를 닮아 키 작고 못 생겼는데, 성형외과 의사가 결혼하자고 그렇게 쫓아다녀서 결국 결혼을 한다는 비보(?)까지 덤으로 듣고 오셨다.


■ 자녀의 성장에 따른 엄마들의 대화 주제 변천사

(중고등학교 때) 학업성적 → (대학 입시 후) 입학한 대학교 → (대학 입학 후) 장학금과 아르바이트 → (4학년부터) 취직 → (졸업 후)
연애와 결혼


생각해보니 엄마가 엄마 친구들 사이에서 어깨에 힘을 줄 수 있었던 시기는 딱 내 대학 입학까지인 것 같다.  엄마 친구 아들, 딸 중에 나보다 더 좋은 대학을 간 애들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그럼 무엇하랴. 대학 입학 후 동아리다, 과외다, 교회 봉사다 해서 탈모가 생길 정도로 바쁘게 살기는 했으나, 장학금을 받길 했나, 과외비를 모아 부모님 여행을 한 번 보내드리길 했나, 4년동안 조금씩 저금하여 단 몇 백만원이라도 만들어놓길 했나. 나보다 대학을 더 못간 애들도 장학금은 한 번씩 다 받았는데.
또 이 취업난에 취직은 어떻게 어렵게 어렵게 하기는 했으나, 박봉에 주 80시간을 넘게 일하는 IT업계에 있으면서, 1주일이면 4일을 신경성 장염에 위염, 식도염, 소화불량에 시달리며 사직서를 바탕화면에 다운받아 놓고 사표 타령만 하고 있으니, 다른 누구에게 보다 엄마 보기에 내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래도 얼마 전까진 좋다는 남자들이라도 있었지, 요새는 직장 스트레스 때문에 망가진 성격과 피부 때문인지 그나마 있던 남자들마저도 다 정리가 되어서 내 일생을 통틀어 가장 깨끗한 남자관계를 6개월째 유지하고 있다.

내 연애와 결혼이 엄마의 꿈과 행복을 위한 Hot  Keyword임을 다시 한 번 느끼니, 다시 한 번 어깨가 무거워졌다.

by Muttizm | 2009/06/21 09:50 | Essay | 트랙백 | 핑백(2)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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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타누키 at 2009/06/21 16:12
힘내세요;;
Commented by 7804 at 2009/06/23 09:13
힘내세요. 좋은날 오겠죠.
Commented by H at 2009/06/24 22:47
ㅋㅋ글을 너무 재밌고 맛깔나게 쓰셨네요, 공감 백배하며 나도 얼른 서두르자 다짐하며 잘 읽고 갑니다 ^^
Commented by 최영미 at 2009/06/25 10:35
좋은 책인거 같네여~~ ㅋㅋ
Commented by 공가미 at 2009/06/25 14:19
완전공감
Commented by 박현수 at 2009/06/27 00:58
주변에 엘리트 많은 거 보니 이화여대 나오신듯?
Commented by 공감공감 at 2009/06/27 04:52
몬가 느끼는 바가 있어서 퍼갈게요 ....ㅠ
저는 이제 대학을 입학햇는데....IT업계는 원래 박봉인가요??ㅠ
힘내세요^^요렇게 글을 맛깔나게 쓰시는뎁..곧 좋은 날이 오실꺼에요 ^ ^ㅎ
Commented by 박덕수 at 2009/06/27 13:27
전 어디에 댓글을 첨 남겨봐여!
일단 힘내라는 말을 먼저할께여^^
저는 부모님께서 뺑소니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으로 3년을 사셨답니다.
천만다행으로 일어나시긴 하셨는데 후유증으로 아버지는 허리 뼈가 삘그러져 일을 못하시구 어머니는 뇌경색이라는 병이 걸리셨답니다.
제나이 그때가 10살도 안되었구요!
그때는 지금과 달라서 보험을 안들어 놓으면 뺑소니를 당해두 돈나올때가 없어서 저희 돈으로 모든것을 해결해야 했답니다.
집과 땅을 다 팔고 병원비를 한 후 책살돈과 밥먹을 돈이 없어 굶기도 했구요!
그렇게 중학생이 된후에는 일을 시작했답니다.
일을 해서 학비와 생활비를 한후 남은 돈으로 보육원에 빵 같은것두 사서 나르면서 저보다 불쌍한 애들을 보구 힘을 얻었어여!
지금까지 10년을 넘게 일을 쉬어보지 못했구 열심히 공부두해서 서울에서 대학을 다닌답니다.
힘내시라구 많은 얘기를 했네요!힘내세요*^^*
Commented by tobikomu at 2009/08/24 08:34
ㅎㅎ 엄마들의 주제 변천사 완전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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