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김영사
나의 점수 : ★★★★
말도 안 돼게 어려운 상황에서 집필을 해서 결국 세계적인 작가로 성공했다는 진부한 성공 스토리가 어떻게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지!
2008-10-09
나에게도 '뮤즈'가 있었으면 좋겠다. 




스티븐 킹은 그 유명한 <미저리>,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 등 헐리웃 영화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공포 만화와 공포 영화를 좋아해서 공포 스릴러와 추리 소설을 주로 썼다고 하는데, 사실 환타지와 함께 내가 가장 싫어하는 장르 중 하나가 공포 스릴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수많은 소설 창작법 관련 책 중 이 책을 가장 먼저 산 이유는,
상업적으로 대단히 성공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에겐 뭔가 특별한 비결이 있을 것이라는 얄팍한 기대감과, 의외로 실패로 점철된 스티븐 킹의 '이력서'라는 챕터에 대해 인상깊게 쓴 블로거의 리뷰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 때문이었다.
기대했던 대로 100페이지에 달하는 스티븐 킹의 ‘이력서’는, 한 젊은이의 도전과 실패, 사랑과 성공을 다룬 일대기 영화의 시놉시스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쳤다. 특히 그가 열네 살 때, 출판사에 보냈던 원고와 함께 반환되는 거절 쪽지들을 꽂아놓은 못이 더 이상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 더 큰 못으로 바꿨다는 부분에서는, 글쓰기에 대한 그의 열정이 결코 내가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님을 깨닫고 의기소침해지기도 했다.
또, 대학 졸업 후 아이 둘을 키우면서 아내 태비사는 분홍색 유니폼을 입고 던킨 도너츠에서 일하고, 킹은 세탁소에서 모텔 침대보와 수건 따위를 빨며 밤마다 글을 썼다고 하는데,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집필을 하면서 결국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성공했다는 진부한 성공 스토리가 어떻게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킹의 아내 태비는 킹의 작품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었는데, 어느 정도였냐 하면, 간신히 교편을 잡아 세탁소보다 벌이가 조금 더 나아진 상황에서, 첫 장편소설 <캐리>가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선인세를 받자마자 킹에게 교직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글만 쓰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을 정도였다. 정말 존경스럽지 않은가! 태비가 없었다면 지금의 스티븐 킹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창작론'은 16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챕터는 킹만의 방법론을 한 가지씩 제시하고, 그에 관련한 경험담을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특히 나는 그의 이런 방법론들이 그의 작품에서 어떻게 반영되었는가-혹은 그가 어떤 생각과 의도를 가지고 그 부분을 썼는가-를 상세하게 설명해준 부분들이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90년대에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영화 <미저리>와 <돌로레스 클레이븐>의 원작이 예문으로 나와 신선하게 다가왔다.
또한, 맨 마지막의 '그리고 한 걸음 더'라는 짤막한 장에서는 <1408>(이 작품 역시 존 쿠삭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었다는 것을 나는 최근에야 알았다.)이라는 그의 실제 작품 초고의 일부를 보여주고, 교정부호를 달아 수정본이 어디가 어떻게 수정되는지- 왜 그 부분을 삭제했는지, 수정했는지, 혹은 첨가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직접 달아 보여준다. 세심함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그가 출판사로부터 한창 거절 쪽지를 받을 당시 한 고마운 편집인으로부터 "수정본 = 초고 - 10% "라는 주옥같은 충고를 듣고 그것을 항상 마음에 새기고 수정작업을 했다고 했는데, 나 또한 그의 충고에 충실하기 위해 리뷰를 수정하면서 엄청난 삭제를 감행했다.)
이 책은 글쓰기에 필요한 디테일한 테크닉에 대해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 대신, 창작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자신감과 영감을 불어넣어주고, 글쓰기를 시도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은 고민했을 법한 아주 기초적이지만 중요한 문제들-소설의 시작, 소재와 배경의 선택, 주제, 상징성, 집필 과정-에 대해 간단하고도 명쾌한 답을 제시해주고 있다. 물론 철저히 스티븐 킹만의 주관적인 방법론이라 전통적인 소설창작법과는 거리가 있고, 안 맞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창작에 대한 열망이 있는 사람, 그리고 이제 막 글쓰기라는 험난한 여정을 시작한 사람에게는 대단히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날마다 아홉 시부터 정오까지, 또는 일곱 시부터 세 시까지 반드시 작업을 한다는 사실을 뮤즈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그것을 알게 되면 뮤즈는 조만간 우리 앞에 나타나 시가를 질겅질겅 씹으면서 마술을 펼치기 시작할 것이다. (본문 191쪽) "
최근 덧글